스타를 만든 손이 노후를 삼키다
그는 전 세계 수백만 소녀들의 우상을 만들어낸 남자였다. 백스트리트 보이즈와 엔싱크, 그의 손을 거친 보이밴드는 음반을 수억 장 팔아치우며 1990년대 팝 음악의 역사를 새로 썼다. 그러나 같은 손으로 그는 무려 3억 달러가 넘는 돈을 삼켰다.
피해자는 1,800명이 넘었고, 그중 상당수가 노후 자금을 맡긴 평범한 은퇴자들이었다. 그가 그들에게 판 것은 놀랍게도 비행기 한 대 없는 유령 항공사였다. 무려 25년간 이어진, 미국 역사상 손꼽히는 폰지 사기였다. 그의 이름은 루 펄먼이었다.
보이밴드 제국의 설계자
루 펄먼은 본래 음악이 아니라 비행선 사업으로 시작한 사업가였다. 그는 광고용 비행선을 임대하는 회사를 운영하며 돈을 벌었다. 그러다 한 보이밴드가 전세기를 빌려 막대한 돈을 버는 것을 보고, 음악 산업의 엄청난 잠재력에 눈을 떴다.
그는 곧바로 자신만의 보이밴드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백스트리트 보이즈였고, 뒤이어 엔싱크가 나왔다. 두 그룹은 전 세계를 휩쓸며 음악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공을 거두었다. 펄먼은 단숨에 음악계의 거물로 떠올랐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키운 아티스트들조차 훗날 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이다. 그가 멤버들에게 돌아갈 수익의 상당 부분을 가로챘다는 의혹이었다. 실제로 펄먼은 음악 사업에서도 계약과 회계를 불투명하게 운영한다는 평판이 있었다. 그가 만든 화려한 무대 뒤에는, 처음부터 돈을 둘러싼 어두운 그림자가 따라다녔던 것이다. 화려한 성공의 이면에서, 펄먼은 이미 또 다른 게임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가 음악 사업에서 익힌 가장 중요한 기술은, 어쩌면 음악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환상을 파는 능력이었는지도 모른다. 무명의 소년들을 세계적인 스타로 포장해내는 그 능력은, 비행기 없는 항공사를 탄탄한 우량 기업으로 포장하는 데에도 똑같이 발휘되었다.
스타라는 이름의 미끼
펄먼의 사기에서 가장 무서운 무기는 바로 그의 화려한 명성이었다. 그는 자신을 백스트리트 보이즈와 엔싱크를 만든 성공한 거물로 내세웠다. 사람들은 이 유명한 프로듀서가 권하는 투자라면 당연히 안전하고 수익성이 높을 것이라 믿었다.
누가 세계적인 스타를 길러낸 사람을 의심하겠는가. 그는 자신의 사무실에 스타들과 함께 찍은 사진과 황금빛 음반들을 가득 전시해 두었다. 투자자들이 그 방에 들어서는 순간, 의심은 눈 녹듯 사라졌다. 화려한 성공이 곧 신뢰의 보증서가 되었던 것이다. 이른바 후광 효과다. 한 분야에서의 뛰어난 성취가 다른 모든 면에서도 그를 믿을 만한 사람으로 보이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그 보증서 뒤에는, 텅 빈 거짓이 숨어 있었다.
비행기 없는 항공사
펄먼이 투자자들에게 판 핵심 상품은 트랜스컨티넨탈 항공이라는 회사의 저축 프로그램이었다. 그는 이 항공사가 탄탄하게 운영되며 높은 수익을 낸다고 선전했다. 투자하면 연 3퍼센트에서 많게는 두 자릿수에 이르는 안정적인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훗날 수사관들이 밝혀낸 진실은 충격적이었다. 트랜스컨티넨탈 항공에는 비행기도, 직원도, 단 한 푼의 실제 매출도 없었다. 그것은 오직 서류 위에서만 존재하는 완전한 유령 회사였다. 수사관들이 펄먼의 사무실을 뒤졌을 때, 항공사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비행기는커녕 운영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펄먼은 이 존재하지 않는 회사의 그럴듯한 재무 서류를 꾸며 투자자들에게 보냈다. 사람들은 멀쩡히 돈을 벌고 있다고 믿는 회사에, 사실은 빈 껍데기에 자신의 노후를 맡기고 있었던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보험
펄먼의 거짓말은 한 단계 더 교묘했다. 그는 투자자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이 저축 상품이 든든한 보험으로 보호받는다고 약속했다.
그는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가 보장하고, 세계적인 보험사인 로이즈 오브 런던과 에이아이지가 추가로 보증한다고 선전했다. 듣기만 해도 안심이 되는 이름들이었다. 그러나 이 보험들은 단 하나도 실재하지 않았다. 그는 가짜 보험 서류를 만들어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심지어 회사의 재무 상태를 감사했다는 회계법인 코헨 앤드 시겔마저 펄먼이 통째로 지어낸 가짜였다. 그는 이 가짜 회계법인의 이름으로 투자자들에게 거짓 재무제표를 보냈다. 신뢰를 만드는 모든 장치를,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위조해냈다.
오래된 돈을 새 돈으로 막다
그렇다면 비행기 한 대 없는 회사가 어떻게 25년이나 이자를 지급할 수 있었을까. 답은 폰지 사기의 고전적인 원리에 있었다.
펄먼은 새로 들어온 투자자의 돈을 그대로 가져다, 먼저 투자한 사람에게 약속한 이자로 지급했다. 실제 수익은 단 한 푼도 없었지만, 새로운 돈이 계속 들어오는 한 이 돌려막기는 멈추지 않고 굴러갈 수 있었다. 먼저 투자한 사람들이 꼬박꼬박 이자를 받는 것을 본 주변 사람들은 안심하고 더 많은 돈을 맡겼다. 만족한 투자자가 또 다른 투자자를 데려오는, 거대한 눈덩이였다. 그러나 이 눈덩이는 새로운 돈이 끊기는 순간 멈춰 설 운명이었다. 모든 폰지 사기가 그렇듯, 문제는 그 끝이 언제 오느냐였을 뿐이다.
이 구조는 1920년대 찰스 폰지가 처음 세상에 알린 이래 100년이 넘도록 변하지 않았다. 수법은 언제나 똑같지만 피해자는 끊이지 않는다. 비현실적으로 높은 수익률, 원금이 보장된다는 안심, 그리고 먼저 들어온 사람들의 만족스러운 증언. 이 세 가지가 갖춰지면 사람들은 의심을 거둔다. 펄먼은 여기에 세계적 스타라는 강력한 무기를 더했을 뿐이다. 그가 25년이라는 이례적으로 긴 시간 동안 사기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명성이라는 안전판 덕분이었다.
노후를 맡긴 사람들
이 사기의 가장 비극적인 부분은 피해자들의 면면이었다. 펄먼이 노린 것은 거대 기관 투자자가 아니라, 평범하고 선량한 보통 사람들이었다.
그의 직원들, 친구들, 그리고 친구의 친구들이 차례로 끌려 들어왔다. 특히 피해자 중 다수는 플로리다에 사는 나이 든 은퇴자들이었다. 그들은 평생 모은 노후 자금을, 안전하다는 약속만 믿고 펄먼에게 맡겼다. 어떤 이는 집을 팔아 마련한 돈을, 어떤 이는 평생의 저축을 통째로 넣었다. 화려한 무대 뒤에서, 가장 약한 사람들의 삶이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다. 펄먼이 누린 호화로운 생활의 대가는, 다름 아닌 이들의 노후였다.
발리에서의 체포
영원할 것 같던 돌려막기는 결국 끝을 맞았다. 2006년, 주 규제당국이 그의 저축 프로그램을 사기로 지목하면서 자금줄이 막히기 시작했다. 새로운 돈이 끊기자, 폰지의 눈덩이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펄먼은 미국을 떠나 도주했다. 그러나 도망자 신세도 오래가지 못했다. 2007년, 그는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호텔에서 마침내 체포되었다. 화려한 무대 위에서 스타들을 만들던 거물이, 머나먼 휴양지에서 도망자 신세로 붙잡힌 것이다. 그가 남긴 빚은 3억 달러가 넘었고, 그중 많은 돈은 끝내 어디론가 사라진 뒤였다.
25년형, 그리고 감옥에서의 죽음
2008년, 펄먼은 음모와 자금 세탁, 그리고 파산 절차에서의 허위 진술 혐의를 인정했다. 법원이 그에게 내린 형량은 25년이었다.
흥미롭게도 판사는 그가 갚아야 할 돈을 줄여주겠다는 독특한 조건을 내걸었다. 펄먼이 자신의 숨겨둔 자산을 1달러 회수할 때마다, 형기를 하루씩 줄여주겠다는 것이었다. 사라진 돈을 찾아내라는 압박이었다. 그러나 그는 끝내 사라진 돈의 행방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한 푼도 제대로 돌려주지 못한 채, 2016년 감옥에서 심장 질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62세였다. 스타를 만든 거물의 마지막은, 차가운 감옥의 병상이었다.
마치며: 명성이라는 가면
루 펄먼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서늘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누군가의 화려한 성공을, 그 사람의 정직함과 너무 쉽게 같은 것으로 여기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펄먼은 진짜 스타를 만들 줄 아는 능력자였다. 바로 그 진짜 능력이, 그의 거짓을 가장 완벽하게 가려주는 가면이 되었다. 그가 평범한 사기꾼이었다면 누구도 그렇게 많은 돈을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 스타를 길러낸 거물이라는 후광이, 사람들의 가장 기본적인 경계심을 무너뜨렸다.
화려한 명성과 유명인의 보증 앞에서, 사람들은 가장 기본적인 질문을 잊었다. 그 회사는 정말로 돈을 벌고 있는가. 약속된 수익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누군가 솔깃한 고수익을 약속할 때, 특히 그 사람이 유명하고 화려할수록, 우리는 그 겉모습 너머의 텅 빈 장부를 들여다볼 용기를 가져야 한다. 루 펄먼의 3억 달러짜리 가면은, 가장 화려한 신뢰가 가장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