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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고스 사태 전말: 빌 황이 48시간에 360억 달러를 날린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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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시간 만에 사라진 360억 달러

2021년 3월 말, 월스트리트는 불과 이틀 사이에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을 목격했다. 한 사람의 개인 재산 360억 달러가 완전히 증발했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이었다. 그의 몰락이 크레디트스위스와 노무라를 비롯한 월가의 거대 은행 다섯 곳을 동시에 무너뜨렸고, 이들이 떠안은 손실은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사건의 주인공은 빌 황, 그가 운영하던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였다. 가장 기묘한 점은 그가 사고를 친 방식이었다. 그는 자기 이름으로 단 한 주의 주식도 직접 사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1,600억 달러에 달하는 거대한 주식 베팅을 쌓아 올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 사건은 현대 금융의 가장 정교한 위험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는 거대 은행이 시스템을 위협하는 위험을 막기 위해 수많은 규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아케고스 사건은 그 촘촘한 규제의 그물에도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었음을 보여주었다. 단 한 명의 개인이, 규제의 사각지대를 파고들어 여러 은행을 동시에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한 부자의 몰락담이 아니라, 우리 금융 시스템의 취약점에 관한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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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의 황태자, 빌 황

빌 황은 월스트리트에서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줄리언 로버트슨의 타이거 매니지먼트에서 경력을 쌓은, 이른바 타이거 새끼들 중 한 명으로 이름을 떨쳤다. 스승에게서 독립한 그는 자신의 헤지펀드 타이거 아시아를 세워 한때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그의 이력에는 짙은 그림자도 있었다. 타이거 아시아를 운영하던 시절, 그는 중국 은행주와 관련한 내부자 거래 혐의로 당국과 거액의 합의를 했고, 한동안 미국 시장에서 직접 거래가 금지되는 제재를 받았다. 공개적으로는 독실한 신앙인으로 알려졌지만, 투자에서는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극도로 공격적인 인물이었다.

직접 거래가 어려워진 그는 아케고스라는 패밀리 오피스를 차렸다. 패밀리 오피스는 외부 투자자의 돈을 받지 않고 오직 자기 자산만 운용하기 때문에, 일반 헤지펀드보다 규제와 공시 의무가 훨씬 느슨하다. 빌 황은 이 느슨한 틈을 발판으로 조용히 재기를 노렸다.

아케고스라는 이름은 그리스어로 지도자, 혹은 앞서가는 자를 뜻한다. 신앙심이 깊었던 빌 황은 자신의 부를 자선과 종교 활동에 쓰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거액을 기부하는 독지가로도 알려져 있었다. 화려한 명성과 신앙, 그리고 그 이면의 무모한 베팅이라는 두 얼굴이 한 인물 안에 공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극적인 대비는 훗날 그의 몰락을 더욱 충격적으로 만들었다.

보이지 않는 무기, 토탈리턴스왑

빌 황이 사용한 핵심 무기는 토탈리턴스왑이라는 파생 계약이었다. 그 원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그는 특정 주식을 직접 사는 대신, 은행에게 그 주식을 대신 사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주가가 오르면 그 차익을 받고, 주가가 내리면 손실을 메워주기로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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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상 주식의 소유자는 은행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위험과 이익은 모두 빌 황의 것이었다. 이 계약의 무서운 점은 두 가지였다. 첫째, 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않으므로 그의 이름은 어디에도 공시되지 않았다. 보통 특정 주식을 5퍼센트 이상 보유하면 당국에 신고해야 하지만, 스왑 계약은 이 의무를 우회했다. 둘째, 적은 증거금만으로 그 몇 배에 달하는 거대한 베팅을 할 수 있었다. 레버리지, 즉 빚을 지렛대 삼아 위험을 키우는 구조였다.

360억으로 1,600억을 움직이다

이 보이지 않는 계약 덕분에 빌 황은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로 베팅을 키웠다. 아케고스가 실제로 굴린 자본은 약 360억 달러였다. 그러나 그가 토탈리턴스왑을 통해 만들어낸 주식 노출 규모는 무려 1,600억 달러에 달했다. 자기 돈의 네다섯 배에 이르는 위험을 짊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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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위험한 것은 그가 이 막대한 베팅을 소수의 종목에 몰아넣었다는 점이다. 비아콤시비에스와 디스커버리 같은 미디어 주식, 그리고 몇몇 중국 기술주에 집중적으로 베팅했다. 분산 투자라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른, 외줄 타기와 같은 도박이었다. 한두 종목만 크게 흔들려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는 구조였다.

일반적인 펀드라면 이런 집중 베팅은 내부 위험 관리 부서에서 즉시 제동이 걸린다. 그러나 패밀리 오피스인 아케고스에는 그를 견제할 외부 투자자도, 강력한 내부 통제도 없었다. 오직 빌 황 한 사람의 판단만이 1,600억 달러의 운명을 좌우했다. 견제받지 않는 확신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이 구조는 고스란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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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은행이 몰랐던 진실

여기서 결정적인 사기가 작동했다. 빌 황은 한 은행하고만 거래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크레디트스위스, 노무라, 유비에스 등 여러 은행과 동시에 같은 종류의 스왑 계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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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가 각 은행에게 자신의 전체 포지션 규모를 숨겼다는 점이다. 어느 은행도 빌 황이 다른 곳에서 얼마나 더 큰 베팅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각 은행은 자신이 빌 황의 거래에서 일부분만 차지한다고 믿었지만, 실제로는 다섯 은행의 베팅을 모두 합치면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만약 은행들이 그의 진짜 위험 규모를 알았다면, 그렇게 많은 돈을 빌려주지 않았을 것이다. 검찰은 바로 이 거짓말, 즉 은행에게 허위 정보를 제공하며 더 공격적으로 차입한 행위를 핵심 사기 혐의로 보았다.

스스로를 부풀린 주가

빌 황의 베팅에는 교묘한 자기 강화 장치가 숨어 있었다. 그가 거대한 규모로 특정 주식을 계속 사들이도록 은행에 주문하자, 그 주식의 가격이 실제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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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오르면 그의 평가 이익이 늘었고, 늘어난 이익은 다시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는 담보가 되었다. 그러면 그는 그 돈으로 또 같은 주식을 샀다. 자신이 만든 상승이 다음 베팅의 연료가 되는 위험한 순환이었다. 검찰은 이 행위를 명백한 시장 조작으로 보았다. 비아콤시비에스의 주가는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올랐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부푼 풍선은 언젠가 반드시 바람이 빠지기 마련이었다.

무너진 마진콜의 48시간

2021년 3월, 마침내 균열이 시작되었다. 빌 황이 집중 베팅한 비아콤시비에스가 대규모 신주를 발행하자 주가가 흔들렸다. 풍선에 처음으로 바람이 빠지는 순간이었다. 주가가 떨어지자 은행들은 추가 담보를 요구하는 마진콜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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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은행들 사이에 죄수의 딜레마가 펼쳐졌다. 모두가 동시에 주식을 천천히 팔면 충격을 나눌 수 있었다. 그러나 누군가 먼저 대량으로 팔아치우면, 주가가 폭락해 늦게 파는 쪽이 모든 손실을 떠안게 된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빠르게 움직여 가장 먼저 주식을 던졌고, 비교적 손실을 줄이며 빠져나왔다. 반면 망설였던 크레디트스위스와 노무라는 폭락의 한복판에 그대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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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이틀에 걸쳐 모든 것이 무너졌다. 은행들이 빌 황의 주식을 시장에 쏟아내자 집중 베팅 종목들이 줄줄이 폭락했다. 마진콜이 빗발쳤지만 아케고스는 더 이상 댈 돈이 없었다. 빌 황이 쌓아 올린 360억 달러의 재산은 48시간 만에 완전히 증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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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형, 그리고 남은 질문

2024년 7월, 맨해튼 법정의 배심원단은 빌 황에게 사기와 시장 조작 등 10건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평결했다. 그해 11월, 그에게 내려진 형량은 18년이었다. 검찰은 그가 은행을 속여 위험을 숨기고 시장을 조작했다고 결론지었다.

빌 황은 자신은 그저 자기 돈으로 투자했을 뿐이며, 시장이 무너진 것은 자신의 범죄가 아니라 불운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배심원단은 그가 은행에 제공한 거짓 정보와 인위적인 주가 부양을 명백한 범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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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고스 사건은 한 개인의 파산을 넘어, 보이지 않는 레버리지가 금융 시스템 전체를 얼마나 위협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이 사건으로 약 55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고, 이는 훗날 이 거대 은행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여러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노무라 역시 20억 달러가 넘는 손실을 보고하며 휘청였다.

흥미로운 점은 빌 황을 끝까지 변호한 논리다. 그의 변호인단은 그가 주식을 산 것은 진짜로 그 회사들의 가치를 믿었기 때문이며, 시장 조작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회사가 무너질 때 한 푼도 챙겨 도망치지 않고 모든 것을 함께 잃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빌 황은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이 붕괴로 날렸다. 그러나 배심원단은 그가 은행에 거짓을 말해 위험을 키웠다는 사실 앞에서, 그 손실이 면죄부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자기 돈으로 한 투자라 해도, 타인을 속여 위험을 떠넘긴 순간 그것은 범죄가 되는 것이다.

마치며: 보이지 않는 위험의 무게

아케고스 사건이 남긴 교훈은 서늘하다. 한 사람이 자기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도, 금융 시스템 전체를 흔들 만큼 거대한 위험을 쌓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토탈리턴스왑이라는 보이지 않는 계약은 공시 규제의 눈을 피했고, 다섯 개의 거대 은행은 자신들이 누구에게 얼마를 빌려주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이 사건 이후 미국 규제당국은 패밀리 오피스와 스왑 계약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금융 혁신은 언제나 규제보다 한발 앞서 달린다. 우리는 무엇을 믿고 누구에게 돈을 맡기고 있는지, 그 위험의 실체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보이지 않는 베팅이 다시 어딘가에서 조용히 부풀고 있지는 않을지, 아케고스의 48시간은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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